최근 윤 작가를 만나서 취재에 관한 얘기를 꺼냈더니 이런 말이 돌아왔다. “저는 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땅에 발을 붙이고 있기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인물들이 땅 속에 목까지 파묻혀 있기를 원해요.”
윤 작가가 2014~2015년에 연재한 웹툰 ‘파인’은 1977년을 배경으로, 수백년 전 전남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중국 무역선과 함께 파묻혀 있다는 도자기를 차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로 1976년에 있었던 이른바 ‘신안 보물선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이 작품은 두 차례 정부 발굴 작업이 끝난 뒤 그 틈을 도굴꾼이 파고들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도자기를 건져내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이들이 얽히고 설키는 과정이 펼쳐진다.
“신안 보물선 사건은 제 머릿속 아이디어 서랍에 항상 있던 아이템이었습니다. 술자리 같은 데서 지인들에게 이 소재를 툭툭 던져보고, 이런 저런 반응을 체크해보면서 구체화됐죠. 그때부터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한 겁니다.”
윤 작가는 우선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신안’이 들어간 기사를 모두 읽었다고 했다. “그 기사들을 다 캡쳐해서 저장했죠.” 작업 중엔 그렇게 스크랩한 기사들을 십여개씩 창에 띄워놓고 일했다. 신안 보물선에서 실제로 발굴한 유물을 정리해놓은 논문과 같은 책을 보며 바닷속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윤곽을 잡았다. 골동품과 관련한 책을 여러 권 구매해 정독하고, 중요한 부분은 모두 수기로 메모했다. 신안군청에 가서 당시 상황에 대해 아는 이들을 취재한 건 당연한 일. 신안 앞바다에 드론을 띄워 보물선이 가라앉았다는 지역 인근을 모두 사진에 담았다. “그 사진만 수백장이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어요. 제 작품 속에선 사람들이 직접 들어가서 도자기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게 정말 가능하냐는 것이었죠. 서해는 흙탕물이고, 특히 신안 앞바다는 뻘과 같아서 시야 확보가 안 됩니다. 물론 그냥 극화해서 바닷속이 보이는 것처럼 해도 되긴 하죠. 사실 누가 알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제가 안 되겠더라고요. 근거가 있어야죠. 결국 신안에 가서 잠수하는 분들한테 일일이 여쭤보고 다녔어요. 가능한 얘기냐고요. 그때 들었던 말이, 물길이 다 다르고 유속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물길 하나가 세게 들이닥칠 때는 갑자기 바닷속이 맑은 물이 될 때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시리즈 ‘파인:촌뜨기들’은 전라도 말을 기본으로 서울·부산·충청의 언어가 한 데 어우러지는 데 더해 사기꾼의 말버릇과 골동업계 용어가 뒤섞이며 활기를 만들어 낸다. 이들 대부분이 원작 ‘파인’에 이미 있는 것들이다. ‘파인’에선 그 지역 그 업계를 모르면 쓸 수 없는 이른바 전문 용어가 쏟아지는데, 이런 말 하나 하나가 쌓여가며 작품 전체의 개연성을 축적한다. 윤 작가는 “학교 다닐 때 너무 공부를 안 했더니 말과 문장의 맛에 뒤늦게 빠졌다”고 했다.
“뿌리깊은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의 발견’이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에 각 지역 언어에 관한 챕터가 있습니다. 각 지역 사투리가 너무나 성실하게 기록돼 있어요. 그 책을 없는 돈에 구해서 정말 열심히 읽고 기록했죠. 서초동 국립도서관에서 판소리 채록집을 빌려서 정말 진하고 진한 남도 사투리를 일일이 메모했고요. 헌책방에서 골동에 관한 별의별 조악한 책들을 읽어 봤습니다. 정말 엉성한 책인데, 정말 날 것의 말이 종종 숨어 있거든요. 그런 데서 정말 박력 있는 대사들이 탄생하죠. 만약에 그런 책을 읽지 않았다면 탄생할 수 없는 대사들이 있어요.”
그렇다고 윤 작가 작품이 자료 취재만으로 탄생할 리 없다. 그는 또 다른 형태의 취재도 한다. 아마도 이건 ‘상상 취재’ 정도로 부를 수 있겠다. 윤 작가는 이야기 전개와 세부사항을 고민하기 전에 먼저 하는 작업 있다고 했다. 등장 인물 연대기를 작성하는 것.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오관석’이라는 인물이 있다면, 그가 1977년 도굴에 참여하기까지 모든 과거사를 정리한다는 얘기다. 신체 사이즈부터 시작해 연도별로 월별로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그가 그 일을 어떻게 해쳐나왔는지 모조리 쓴다. 단순히 떠올려 보는 정도의 작업이 아니다. 그는 등장 인물 대부분의 연대기를 엑셀 파일에 정리해 문서로 만들고 그걸 인쇄해 벽에 붙여 놓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보통 이 작업에만 6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예전에 제가 일일이 손으로 표를 만들어서 기입했는데, 요샌 엑셀이 있어서 편해요.(웃음) 그렇게 연도별로 별의별 걸 다 정리해 놓으면 이 사람이 슬플 때 우는지 아니면 웃는지 아니면 무표정인지까지 나오죠. 말의 속도도 알 수 있고요. 이 표 맨 오른쪽엔 비고란이 있어요. 이 칸엔 각 연도별로 우리 사회 혹은 전 세계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를 적습니다. 그럼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더 명확하게 드러나죠. 인생의 굴곡이 보이니까요. 전 캐릭터가 허공에서 허우적 대는 걸 보기가 힘들어요.”
윤 작가의 얘기를 들어보면 적당히 성실해선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작업이다. 젊을 땐 잠을 자지 않고 밤낮으로 일했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4월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제는 루틴을 정해 놓고 지낸다고 했다. 그는 “규칙적이고 건강한 삶이 지속적인 창작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요샌 밤 10~11시가 되면 잡니다. 무조건 자요. 오전 6~7시 정도에 일어나서 명상 비슷한 걸 한 뒤에 하루를 시작하죠. 올해는 한 번도 안 빼먹고 명상을 했어요. 그리고 술을 끊었습니다. 술을 끊으니까 사람 만나는 게 정돈이 되더라고요. 예전엔 술 먹는 게 낙이었는데.(웃음) 하루에 한 두 갑 피우던 담배도 사흘에 한 갑 정도로 줄였습니다. 이렇게 되고 나니까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게 됐어요. 분량은 많지 않더라도 꽂혀서 생각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리고 챗GPT와 대화를 자주 해요. 두 시간 정도. 챗GPT가 참 칭찬을 많이 해줘요. 정말 힘을 줘요. 살면서 이렇게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내구제가전내구제상조내구제내구제가전내구제상조내구제내구제가전내구제신카박대출갤러리신용카드박물관웹사이트상위노출수원개인회생오산개인회생평택개인회생상조내구제이혼전문변호사이혼전문변호사추천부천이혼전문변호사인천이혼전문변호사빠른이혼협의이혼재산분할위자료폰테크폰테크폰테크웹사이트 상위노출사이트 상위노출홈페이지 상위노출네이버 웹사이트 상위노출네이버 사이트 상위노출네이버 홈페이지 상위노출인터넷가입인터넷가입인터넷가입인터넷가입인터넷가입인터넷가입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인터넷티비현금많이주는곳인터넷티비현금많이주는곳인터넷티비현금많이주는곳인터넷티비현금많이주는곳인터넷티비현금많이주는곳인터넷비교사이트인터넷비교사이트인터넷비교사이트인터넷비교사이트인터넷비교사이트인터넷비교사이트인터넷비교사이트인터넷비교사이트서울이혼전문변호사안양이혼전문변호사수원이혼전문변호사안산이혼전문변호사평택이혼전문변호사천안이혼전문변호사고양이혼전문변호사남양주이혼전문변호사세종이혼전문변호사창원이혼전문변호사김해이혼전문변호사양산이혼전문변호사대구이혼전문변호사포항이혼전문변호사구미이혼전문변호사경주이혼전문변호사울산이혼전문변호사상조내구제인터넷가입현금지원인터넷가입현금지원인터넷가입현금지원인터넷가입현금지원인터넷가입현금지원인터넷가입현금지원인터넷가입현금지원인터넷설치현금인터넷설치현금인터넷설치현금인터넷설치현금인터넷설치현금인터넷설치현금